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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2010/04/15 11:56

후불제 민주주의...가 뭘까
작년에 나온 책으로 서점에 갈 때마다 내 눈길을 끌며 궁금함을 자아내던 책
그런데 이상하게 사서 읽기는 싫었다.
유시민을 좋아도 하지만, 싫어도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까.
그런데 지난 겨울 유시민이 TV 매체에서 한 인터뷰를 보고 그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런 사람이라면 믿을만하다란 생각과 나와 좀 닮은 구석이 있다란 생각에..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그는 말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민주주의 헌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치러야 할 과정)을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고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 값을 치러야 할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이 말만을 보면, 그가 대한민국 헌법의 당위성을 부정하는 반체제주의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옮겨 적다보니 저 구절만 보면 그렇게도 들릴 수 있겠다는 섬뜩한 생각이 들어서 ㅡ.ㅡ;;), 유시민은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를 존중하며. 그 헌법의 당위성에 따라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견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문명 역주행'은 이러한 후불제 민주주의가 내포한 잠재적 위험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명박 정부가 역행한 문명과 민주주의의 후퇴로 차후 우리가 지불해야 할 민주주의가 늘어나는 것임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1부에서는 '헌법의 당위'를 2부에서는 '권력의 실재'에 대해 나눠 저술했는데,
이 책의 목적인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에 걸맞는 부분은 1부이다.
2부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물론 상당수 동의하지만) 이 책을 더 빛나게 해주는 파트는 헌법과 민주주의, 국민의 행복 추구권의 관계를 다룬 1부라고 생각된다.
내가 좋은 책으로 꼽는 책의 요건 중 하나는 지적 자극을 주어 책 내용 외의 것에 호기심과 배움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인데, 이 책을 읽으며 헌법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점에서 참 괜찮은 책이 틀림없다.
사실 유시민의 책을 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는 나에게 큰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역사를 이러한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구나.. 그 이후로 읽은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얻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도 뚜렷한 자기 관점으로 다양한 지식을 적재적소에 제시하면서 설득력과 재미를 높이고 있다. 자신을 '지식 소매상'으로 규정하는 저자는 그런 점에서 꽤 훌륭한 지식 소매상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성찰'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저자 자신이 타인들의 성찰력의 결여를 지적하는 것 만큼이나 스스로 이러한 성찰을 실천하고 있다면,
저자에게 희망을 걸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