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에 해당되는 글 1건

침묵, 외면, 그리고... :: 2009/11/01 15:44

절차는 위법이나, 결과는 적법인 사회..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 있기에,
우리는 내 의견이 관철되지 못하더라도 공동의 의견을 수용하고 따르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고, 이러한 민주주의는 비단 정치판의 원리만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타인과 교류하며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원리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주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미디어법만의 문제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반영해주는 사건인 듯 하다.

그러나 이미 사람들은 이렇게 흘러가는 물줄기에 같이 휩쓸려 가고 있는 것인지 큰 동요가 없다.
그간에 일어났던 비상식적인 사건들과 그것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미 순응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비상식적인 사회에서 살다보면, 무엇이 상식이고 비상식인지 경계가 모호해져버린다.
그리고 설사 비상식적이라는 것을 안다 해도 우리는 너무 피로하다.
피로하다... 이 말을 쓰는 순간 이 피로함은 어디서부터 왔나라는 의문이 생긴다.
과연 우리는 정말 피로한 것일까, 매스 미디어와 권력에 의해 피로함을 세뇌당한 것일까.
권력의 부정에 대항하며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려고 했던 몇 십년 전의 세대들은 뭐 그리 삶이 퍽퍽하지 않아
그러한 수고를 감행한 것일까?

얼마 전 읽은 스탠리 코언의 <잔인한 국가, 외면하는 대중>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역사상 일어났던 수많은 인권침해가 권력에 의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한 책이다. 대중의 외면과 부인 기제에 의한 용인에 의해 가능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유대인 학살과 같은 명백한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지만, 매스 미디어 등의 다양한 기제를 이용하여 그러한 일들이 더 교묘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작금의 사태가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일은 아닐지라도, 상식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 국가  권력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우리의 침묵은 그저 민주주의의 훼손을 용인하는 것일 수 있다.
정치적 제도로서의 민주주의의 퇴행도 우려되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일상생활과 사회적 원리로서의 민주주의의 파괴가 서서히 납득되고 용인되는 것이다. '과정이 어떻게 됐든 결과만 좋으면 돼지', '위법을 저지르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라도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면 장땡'이라는 식의 비민주적인 태도말이다...

2009/11/01 15:44 2009/11/01 15:44
  • 비밀방문자 | 2009/11/08 14: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HY | 2009/11/09 22:56 | PERMALINK | EDIT/DEL

      그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누구신지 궁금하네요.^^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