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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굴러가는 세태를 보며 드는 생각 이모저모 :: 2006/07/19 02:17

'외고 지역제한'을 두고 논란이 많다. 새로 지명된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 역시 이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했다. 다만 여론의 뭇매 때문인지 3년을 유예한다고 한다. 교육부는 외고가 1970년대 중반 어학 분야의 전문인력을 키우기 위해 도입됐지만 입시 명문고로 전락했고 졸업생의 3분의2 가량이 비어문계열로 진학하는 등 설립 취지와 달리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제한 정책 자체는 그대로 추진키로 한다고 발표했다.

나 역시 외고 출신자이지만, 비단 외고 출신자라서가 아니라 너무나 편협하고 행정편의주의적인 정부 정책의 한심함 때문에 이 이슈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본다. 

일례로 현재 진행되는 한미 FTA를 보자. 세계화의 물결은 이미 거센 파도가 되었고, 그에 따라 한미 FTA와 같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많은 국제 협상이 우리 앞에 놓여질 것이다. 당연히 역량있는 협상가가 절실하다. 역량있는 협상가에게 있어 외국어 능력과 교섭능력은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외국어 고등학교에서 외국어 실력을 연마하고 국제통상학부나 법대, 정치외교학과 등에 진학하는 학생은 앞으로 있을 무수한 국제 협상에서 '글로벌 스탠다드'(한미 FTA를 졸속으로 시행하고 있는 현 정부가 그 근거로 내세우는 그 '글로벌 스탠다드')의 역량을 갖춘 협상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관점에서 '어학 분야의 전문 인력'은 어문계를 졸업한 사람이었겠지만, 현재 그리고 미래의 관점에서는 그 경계는 허물어지고 더 넓어진다. 따라서 외고 압박 정책은 정부의 근시안적인 사고를 보여주는 정책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이런 정부의 태도라면 대학에서 어문계를 전공한 사람이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것 역시 제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졸업생의 3분의 2 가량이 비어문계로 진학하는 것은 그만큼 '어문계'에 대한 직업적 수요가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한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사안을 해석하는 것은 역시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안일한 태도는 앞서 언급한 '한미 FTA'에서도 볼 수 있다. 한미 FTA의 실익에 대해서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미 FTA협상 준비와 과정에서 나타난 우리 정부의 안일함과 아마추어리즘은 또 한번 국민을 실망케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왜 2차 협상까지 온 현 시점에서야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여기저기서 찬반 양론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것인가? 대다수 국민들이 한미 FTA에 관심이 없었다가 최근 방송된 PD수첩을 통해 여론이 '조금이나마' 촉발된 양상인 듯 싶다. 국민들의 무관심에도 일면 책임이 있겠지만, 중요한 사안을 공개하고 공론화 하지 않은 정부의 탓이 100배 크다 할 수 있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입법이나 정책은 일견 빨리 가는 것처럼 보이나 결국에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예전 '새만금 간척 사업'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나 역시 한미 FTA에 많은 관심이 없었다가 최근에서야 관심을 갖게 되어서 그 실익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최근 여론은 失쪽에 무게가 기울어지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그 자체의 실익을 떠나, 정부의 미숙하고 안일한 대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적, 금전적, 감정적 비용은 상당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요즘에 <웨스트 윙; The West Wing>이라는 미국 정치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물론 가상의 이상적인 모습이라는 허구성은 인정하지만,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행정부의 일원들의 열정은 둘째 치고 그 프로페셔널

리즘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나 각 이해 집단의 이해관계를 직접 듣고, 오랜 시간 동안 타협하고 협상하고 설득하는 과정은 민주적 절차에 대한 이상적 모델을 보여준다. 정책입안자가 이해관계자들과 하루 종일 토론하는 것은 어쩌면 지루하고 오랜 시간을 소비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런 프로세스를 거친 후 탄생하는 정책은 잡음이 적다. 그게 민주적 절차이다.


문제 해결에 있어 남탓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래서 한미 FTA의 졸속에 대해서는 미국을 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아주 오랫동안 세밀하게 준비했던 게 분명하다. 그만큼 대처 능력을 키우지 않고 협상에 뛰어든 미숙한 우리 정부가 문제다. 하지만 이 협상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서 미국이란 나라가 정말 무서운 나라이구나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토마스 프리드먼이 쓴
<세계는 평평하다; The World is Flat>
란 책이 있다. 얼마전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북리뷰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 책이다. 세계화(globalization)가 확대되어 감에 따라 지구는 둥글지(round)만, 세계는 평평(flat)하게 된다는 역설을 이야기 하고 있는 내용이다. IT혁명으로 국가 간 경계가 무너지고 인도와 중국 등이 부상함에 따라 세계는 미국 일변도가 아닌 무한 경쟁의 하나의 공간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토마스 프리드만의 세계화에 대한 통찰력은 부정할 수 없다. 세계화의 위기에 대한 개인과 사회, 국가의 대응방법에 대해서 공감할만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과연 세계가 평평해질까?" 내지는 "미국이 세계가 평평해지도록 가만히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어찌 보면 이 책은 굉장히 잘 쓴 책이이어서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 셀러가 되었지만, 철저히 미국적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다. 책 전반에 걸쳐 느껴지는 구호는 "미국이여~ 위기 의식을 가져라!!!"이다. 중국이 다음 세기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란 예측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은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이다. 엄살처럼 느껴질 정도로 중국과 인도에 대한 위기론이 무성하게 쏟아져 나오는 곳은 바로 수퍼파워 미국의 수많은 보고서와 정책자료 그리고 각종 언론보도와 서적 등이다. 그래서 더더욱 세계가 평평해질 것 같지 않은 것이다. 이들이 느끼는 (혹은 조장하는) 위기론은 강력한 준비와 대응/대처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에 '세계가 평평해질 것이다'라고 외치는 미국에게 있어 결코 '세계는 평평해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아이러니가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06/07/19 02:17 2006/07/19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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