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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 2006/01/01 21:12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구본형, 김영사
요즘은 하루에도 수십 통의 스팸 메일이 오는 통에 몇 달 정리 안한 한메일은 천 여건의 정크 메일이 쌓여 있었다. 그래서 시간이 난 김에 오늘 e-mail 정리를 하게되었다. 서평에 왜 e-mail 이야기를 하냐고? ^^
e-mail 정리를 하면서 옛날에 보관해두었던 메일도 열어 보게 되었는데, 오늘 소개할 책과 관련한 일화가 있어서이다.
대학 다닐 때 신촌에서 우리 집까지 지하철 거리는 1시간 정도였는데, 그로 인해 좋은 점은 두가지였다. 첫째는 피곤할 때 자리만 잡는다면 한잠 늘어지게 잘 수 있다는 점과 둘째는 책이나 신문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종종.. 아니 자주.. 짧은 레포트도 지하철 안에서 썼던 기억이 난다. ^^;; 차를 몰고 출퇴근을 하는 요즘에는 이 두 가지 점이 살짝 아쉽다.
2001년 어느 초여름 날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이 책을 펴들고 있었는데, 옆에 앉은 아저씨께서 말을 걸어 오셨다.
"구본형씨 책이네요. 학생인 것 같은데 어찌 알고 이 책을 읽게 되었어요?"
낯선 사람.. 그것도 아저씨...가 말을 걸어와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뭐.. 재밌지 않은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멀뚱멀뚱 처다보기만 하는 것보단 이렇게 대화하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
"네... 제가 관심있는 내용이라 한번 구입해 봤어요. 저는 일과 사회에 대해 관심이 많거든요."
"오~ 그래요? 저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읽었었어요. 아직 이 책은 안읽어 봤는데.. 읽어봐야겠네요."
"아.. 저도 예전에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읽었었는데, 좋아서 이번에 나온 이 책도 구입하게 되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책 제목도 그렇지만 내용도 구조조정과 그로 인한 실업에 직면한 위기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책인데, 파릇파릇한(당시에는 파릇파릇했다고~ㅋㅋ) 학생이 읽고 있으니 신기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문제에 관심도 많았을 뿐더러, 사회학 수업 때 김호기 교수님으로부터 세계화, 중산층의 붕괴, 양극화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강의를 들으면서 나 역시 진지하게 고민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구본형씨의 주장과 논지에 대해 흥미롭게 여기며 구본형씨 책을 읽게 되었다.
물론 이런 사회 경제적 변화의 물결에 대처하는 것을 개인의 노력에로만 맡겨둘 수 없음은 당연한 것이다. 사회 구조적인 자성과 통찰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변화의 흐름을 거부하는 인간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한다면, 나를 둘러싼 환경과 시대적 흐름 그리고 자아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한 변화 노력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 있어 구본형씨의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는 직장인 뿐 아니라 모든 직업을 가진 사람이 읽어봐야 할 '변화 기술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변화에 적응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처세서는 아니다. 변화하기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 진정한 나와 대면하여 자아성찰을 할 기회를 주는 그런 책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골수 속에 있는 자신의 것만 남기고 다 버리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Be yourself"이다. 피와 골수에 흐르는 그것. 그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그것만이 그대의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1인기업이라는 컨셉을 처음으로 널리 알린 구본형씨.
나 역시 1인 기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 역시 구본형씨의 전적을 보면서였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보면, 책의 제목처럼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는 직장에서 나와 자영업을 해라...처럼 들리지만 이 책이 전달하는 의미는 결코 그런 내용이 아니다. 직장에 고용되어 있어도 조직이 나를 언제까지나 안정적으로 보호해 줄 것이라는 헛된 신화에서 벗어나 스스로 CEO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 즉, 내가 나를 고용한 사장인 것처럼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고 열정을 일깨우는 일을 하라는 것일 터이다.
저자 역시도 말하고 있다. "평범한 직업이란 없다. 그저 평범한 업무 방식이 있을 뿐이다. 무료하고 반복적이고 새로운 도전이 결여되어 있는, 늘 그렇고 그런 업무에 우리는 무기력해지고 이내 지치고 만다. 그러나 우리는 사소한 변화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유감스럽게도, 작고 사소한 것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 말을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내용이 있다. 며칠 전 읽은 <미운오리새끼의 출근>에 인용된 저술가인 조나단 영의 말이다.
"우리는 희망에 근거한 생각과 진정한 열정을 구분하여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행복해지려면 반드시 직장을 그만두고 위대한 소설을 쓰거나 식당을 개업하거나 평화봉사단에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몇 사람에게는 그것이 천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환상에 불과하다. 일을 그만두는 것은 안일하고 손쉬운 탈출 방법이다. 오히려 하던 일을 그대로 하면서 그 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방법을 찾기로 결정하는 것이 때로는 떠나는 것 이상으로 영웅적이며 놀랍도록 창의적일 수도 있다."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의 저자인 구본형씨도 이런 의미에서 스스로를 고용하라는 주장을 했으리라...
이쯤에서 e-mail 이야기는 왜 했는지 궁금해 하는 아주 기억력 좋은 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
그렇게 대화를 하다 잠원 역에서 먼저 내리신 아저씨는 혹시 당신이 도와줄 일 있으면 연락하라며 (잘 기억은 안나지만 이런 뜻으로 명함을 주신 것 같다) 명함을 건내주셨다.
그날 대화도 인상적이었고, 아저씨의 친절한 배려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 집에 와서 e-mail을 보냈고, 그래서 받은 답장이 아직 내 e-mail 보관함에 있어서 오늘 이 책을 다시 한번 펼쳐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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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출근하여 메일을 열어 보니까 김혜영 학생의
e - mail이 와 있음을 보고 반가웠어요.
지금 시간 수업시간이 아닌지 모르겠네?.
서로가 잘 모르지만 김혜영씨 처럼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을 좋아 하는데 최근에 뜻 깊게 읽었던 구본형씨 책을 갖고 옆에 않아 있던 혜영씨를 봤을 때 왠지 기분이 좋았어요.
김혜영씨의 메일 내용이 나에게 특별이 신경 써서 내용
정리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과는 구분되는
문체여서 마음이 좋았어요.
지금 김혜영 학생의 모습과 이야기 했던 순간을 떠 올려
볼 때 좋은 가정에서 성실하게 생활하는 모습이구나 하고
나 나름대로 생각을 하면서 내 업무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허긴 학교나 주변에 도 좋은 박사들이 많을 터인데, 난
실무를 위주로 하는 사람이야.
이렇게 메일을 받고 답장을 보내는 마음이 좋아요.
아침 급한 업무를 끝내고 작성하는데 제대로 의견이 전달
되었는지? 처음이라.
오늘 초여름 같네
좋은 시간 보내고…
대단히 반가웠어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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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당시 모 회사의 부장님이셨던 것 같은데, 지금은 승진하셨을까? 아니면 구조조정의 풍파에 퇴직하셨을까? 구본형씨의 책을 뜻 깊게 읽으신 분이라면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시는 삶을 살고 계시리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