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 의사소통의 합리성 관점에서 본다면 :: 2006/01/14 01:07



[트렌드]어른들 모르는 10대들의 휴대폰 신풍속도
[경향신문 2006-01-12 15:36]






신세대들 사이에서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고 이모티콘이 없으면 상대방이 화가 났거나 자신을 싫어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오른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최진식(중산고 2), 최미정(중산고 1), 우수진(백신고 2), 김재승(백신고 2)씨.

고1 여학생에게 수학과외를 해오던 여대생 김현숙씨(이화여대 3년·가명). 그는 최근 갑작스럽게 학생으로부터 과외를 그만두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나름대로 수학에는 자신이 있었고, 또 6개월 동안 가르치면서 그 학생의 수학실력도 꽤 좋아진 터여서 그 통보를 받고 ‘왜 잘렸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낭패감과 함께 곤혹스러움이 밀려왔다. 실력으로 치면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기에 ‘전격 경질’ 사유가 궁금했다. 그렇다고 그 학생에게 따지듯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고심 끝에 과외를 소개해준 친지에게 넌지시 그 속사정을 물어보았는데, 그만 어안이 벙벙했다. 이유는 ‘실력 부족’이 아니라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였기 때문. 그 학생이 과외교사를 싫어하게 된 속사정은 이랬다고 한다.


‘수학선생님과 과외시간을 상의하기 위해 가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들은 문자를 주고 받을 때 이모티콘이나 ㅋ, ㅎ 같은 기호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렇지만 과외선생님은 이모티콘에 익숙지 않은지 항상 ‘~해’ ‘언제 와’ ‘안돼’ 이런 말을 아무런 이모티콘 없이 보냈다. 전화상으로는 자연스러운 말이지만 휴대폰 문자로는 상대방의 목소리와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이모티콘을 함께 보내지 않으면 딱딱하게 생각된다. 마치 나때문에 화가난건 아닌지 고민을 하게 된다. 또 나를 싫어해서 이렇게 문자만 보낸 것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그 말을 듣고 김씨는 그만 머리를 한대 쾅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은 문제였다. ‘네댓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고등학생과 벌써 ‘세대차’가 나다니….’ 성격상 유행에 둔한 편이어서 평소 친구들과도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이모티콘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제서야 그는 급변해가는 디지털 세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성난 문자 메시지’ 혹은 ‘무서운 문자 메시지’라는 디지털 시대의 신종 ‘괴담’이 유행하고 있다. 즉 이모티콘이 없는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 마치 상대방이 화났거나 자신을 싫어하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 그래서 이모티콘 없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이모티콘을 잘못 사용할 경우 친구 사이가 벌어져 급기야 우정에 금이 가기도 하고 또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김씨의 사례는 문자 메시지로 소통이 일상화된 최근 디지털 세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에피소드의 한 단면이라고 하겠다.

기성세대들이 들으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전 같으면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모티콘이 없는 문자만으로 소통하던 ‘아날로그’시절에는 김씨의 사례와 같은 ‘오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휴대폰이 일상화되면서 ‘소통의 문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휴대폰일지라도 ‘말’로 통화하는 것보다 ‘문자 메시지’로 소통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된 것. 번호를 누르고 통화하는 데 걸리는 ‘번거로움’보다 이모티콘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해가면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훨씬 더 간편한 것이다.

이와같이 이모티콘은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아주 유용한 소통의 수단이 되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마치 난수표 같은 이모티콘을 해독하기도 힘들 정도지만, 청소년들에게는 그들만의 코드를 공유하는 무기인 것이다. 즉 자신의 감정을 교류하는 주요한 수단이 바로 이모티콘이다. 그래서 요즘 청소년들의 대화 형식은 ‘주어+목적어+서술어’의 문장 형식에서 ‘주어+목적어+서술어+이모티콘’이 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이모티콘 세대’들의 감성으로 ‘그놈 멋있었다’와 같은 ‘귀여니식’의 소설이 탄생했던 것이다.

이모티콘 세대의 정점에 서 있는 고 2년생 김재승군(백신고)은 “이모티콘 없는 문자 메시지를 받을 경우 앞의 정황을 따져서 화가 난 것인지, 아닌지 분석을 해본다”면서 “정 안되겠다 싶으면 그때 전화를 한다”고 말한다. 재승군은 “어른들도 이런 것들을 유치하다거나 단순히 10대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솔직하게 감정을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한다.

휴대폰은 단순히 통화기능을 넘어서 신세대 문화를 확산하는 ‘미디어’로 변했다. 그 중심에 이모티콘 문화가 있다. 이모티콘은 청소년들에게 ‘싸움의 전령’ 혹은 ‘화해의 메신저’가 되고 있는 것. 또 세대 차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신·구세대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모티콘 문화가 모국어를 파괴하고 논리적 사고를 저해한다는 부정적 평가가 있긴 하지만 엄연히 하나의 소통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모티콘이 없는 문자 메시지가 편안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바야흐로 신·구세대의 문화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신세대들의 이모티콘 문화를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ㅋㅋ’나 ‘ㅋㅎ’ 등 가장 단순한 이모티콘을 사용한다면 ‘무서운 메시지’의 오해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모티콘 없으면 종종 오해받아요”

“친구들과의 연락은 대부분 문자 메시지로 이루어지는데 친구가 갑자기 이모티콘이나 ㅋ, ㅎ 등을 쓰지 않으면 친구가 화난 건지 아니면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평소에 이모티콘을 많이 쓰는 친구가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밋밋한 문자를 보내오면 일단 걱정부터 되죠. 가끔 장난으로 무서운 분위기를 내려고 용건만 딱 적어서 보내기도 하는데, 그때 상대방이 당황해 하는 걸 보면 조금 재미있기도 하죠.”(중산고 1년 최미정)

“친구와 싸운 후에 그 친구가 이모티콘이 없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더 기분이 나빠졌어요. 그래서 문자를 ‘씹었죠’(이 은어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상대방에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경우를 가리킴). 그랬더니 친구가 ‘잘 살아라’라면서 이모티콘을 전혀 넣지 않은 문자를 다시 보내온 거예요. 더 기분이 상해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어요.”(백신고 2년 우수진)

“‘ㅋㅋ 그거 좋은데요. 감사용’ 하루는 아버지께 감사용 다음에 웃는 모습의 이모티콘을 넣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아버지께서 ‘이게 뭐냐? 혹시 오타냐?’면서 전화가 오셨어요. 얼굴에는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고요. 그런데 이모티콘 이야기를 했더니 ‘이제 나도 자주 써야겠는 걸’ 하시더라고요.”(중산고 2년 최진식)

▲이모티콘이란?

이모티콘은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로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를 전달할 때 사용하는 특유한 언어. 컴퓨터 자판이나 휴대폰의 문자·기호·숫자 등을 적절히 조합해 만든다.

이모티콘 사용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영어권 국가 등 범세계적인 추세다. OTL, OTZ, MM 등은 우울과 절망, 비관적인 상황을 나타내는 영어식 이모티콘이다. 예컨대 박지성 선수가 활약하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경기에서 질 경우 구단 홈페이지에는 OTL, OTZ 등 팬들의 실망을 읽을 수 있는 이모티콘이 올라온다.

〈글 최효찬·사진 정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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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부분 문자를 보낼 때 이모티콘을 잘 쓰지 않는 편이다. 특유의 귀차니즘!!!

헌데 나 역시 저 기사의 경우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긴 하다. 기사에서는 기성세대와 디지털세대간의 오해로 다루어졌지만, 내 경우에는 내 또래의 사람과의 오해였다.

예전에 소개팅을 하기로 하고, 상대방 남자와 몇 번의 전화통화와 문자로 연락을 주고 받았었다. 어색하기 때문에 주로 문자로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상대방은 항상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화기애애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반면, 난 늘 저 기사의 아이들이 말하는 "무서운" 문자를 보내곤 했다.

예를 들면,

남: 오늘 하루 즐거우셨나요? ^^ 하루 빨리 뵙고 싶어요 ^0^

여: 네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뵙고 싶군요.

.....소개팅 당일 날...

남: 저는 이미 ooo에 도착했어요. 천천히 오세여~ =^^=

여: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선, 소개팅 식사 자리에서, 내 파스타에 나온 왕건이 새우를 집어서 그 상대방 남자에게 건내주었더니... 그가 하는 말...

"따뜻하신 분이네요. 저는 굉장히 사무적인 분이신 줄 알았어요."

"네? 왜요?"

"보내시는 문자마다 ~습니다...이렇게 보내시고, 이모티콘도 하나도 안쓰시고 그래서.."

허걱~~~~~ 먹던 스파게티 가락이 목에 걸리는 줄 알았다. ㅡ,.ㅡ

그 동안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었을까?? 의구심이 들면서 그 이후로는 문자를 보낼 때 이모티콘에 살짝~ 신경을 써주었으나 그것도 잠시.. 요즘에는 다시 귀차니즘이 발동하여 그냥 할 말만 하고 보내는 편이다.그래도 가끔 정서적인 문자 메시지에는 되도록 이모티콘을 달아주려 노력하지만, 내 이모티콘이래봤자 ^^ , ㅋㅋ 이 정도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또 내 케이스를 생각하면서 처음에는 경제적 합리성을 생각했다. 컴퓨터 자판에서는 비교적 용이하나, 핸드폰 자판에서는 좀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모티콘을 찍는데 들이는 노력과 시간을 비용으로 계산하면 비합리적인 갈등과 현상이지 않은가 하고...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 드는 생각이, 내 경우에서도 보듯이 어른들도 이모티콘으로 감정에 민감해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모티콘을 소통의 방식으로 사용하고 그것의 유무가 오해와 갈등을 불러일으켜 정서적 비용을 발생시킨다면, 이모티콘의 사용을 고려하는 것이 비합리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문자메시지 발송 건수가 음성통화 발신 건수를 추월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었다. 인간의 의사소통에서 언어 그 자체보다, 비언어적인 요소가 의사전달에 더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한다. face-to-face 의사소통 보다도 표정, 몸짓 등의 비언어적 요소가 현저하게 결여된 음성통화의 경우 의사소통에 장애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문자메시지에서는 어떻겠는가? 통신의 수단이 입에서 손으로 넘어가면서, 음성이 전달할 수 있는 감정을 대신 전달하는 이모티콘은 단지 세대차이로 치부될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의 합리성 관점에서 보면 당연히 발생하게 되는 소통의 방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이모티콘 쓰기가 귀찮은 나는 뭘까? ^^;

2006/01/14 01:07 2006/01/1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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